▲ 2018년 평창 패럴림픽에서 한국 장애인 스포츠 사상 첫 금메달을 딴 신의현 ⓒ GettyIimages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장애인 스포츠 선수들의 최대 축제인 2018년 평창 동계 패럴림픽이 막을 내렸다.

평창 동계 패럴림픽은 지난 9일 개막해 18일까지 열흘간 진행됐다. 이번 대회는 49개국 선수 567명이 참가했다. 2014년 소치 대회 규모는 45개국 547명이었다.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린 이번 대회는 흥행에서도 성공했다. 18일 평창 동계 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는 애초 목표였던 입장권 22만 장을 훌쩍 뛰어넘는 34만 5000여 장이 판매됐다고 전했다. 입장권 수입만 69억5천만 원이었다.

패럴림픽은 올림픽 이후 열리는 또 하나의 축제 정도로 여겨졌다. 그러나 평창 패럴림픽은 올림픽 못지않은 관심을 받으며 장애인 스포츠 선수들에게 희망을 안겨줬다.

패럴림픽에 참여하는 선수들은 저마다 사연이 있다. 그들의 아팠던 과거는 스포츠로 회복했다. '할 수 있다'는 집념 하나로 달린 선수들의 투혼은 올림픽과는 다른 감동을 선사했다.

이번 대회에서 많은 국민들의 마음을 울린 이는 '두 팔의 철인' 신의현(38, 창성건설)이다. 그는 지난 17일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 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대회 크로스컨트리 스키 남자 7.5km 좌식 경기에서 금메달을 땄다. 한국 동계 패럴림픽 사상 처음 나온 금메달이었다.

충남 공주 출신인 신의현은 부모님을 도와 농사일을 돕던 건장한 청년이었다. 그러나 대학 졸업을 눈앞에 둔 2005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절단했다. 이후 식음 전폐하며 절망의 시간을 보냈던 그에게 한줄기 빛이 찾아왔다.

두 다리는 없어도 스포츠를 할 수 있다는 희망이었다. 휠체어 농구를 하면서 새 삶을 시작한 신의현은 한국 장애인 스포츠의 기대주로 떠올랐다. 국내에서 열리는 패럴림픽에 참가하기 위해 3년 전에는 노르딕스키에 입문했다. 경력은 3년 도 안 됐지만 끈질긴 투혼을 발휘하며 패럴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신의현은 7.5km 좌식 경기 마지막까지 이를 악물고 속도를 냈다. 좌식 경기의 경우 오로지 두 팔만 쓰기에 어깨와 손목 그리고 허리에 무리가 온다. 엄청난 고통을 이겨낸 그는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했다"며 감격의 눈물을 쏟았다.

▲ 46살에 평창 패럴림픽 전 종목 완주에 성공한 이도연 ⓒ GettyIimages

장애인 스키팀의 최고령 선수인 이도연(46)은 이번 대회에서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다. 그러나 성적보다 완주에 의미를 두는 장애인 노르딕스키를 생각할 때 그가 보여준 투혼은 인상적이었다.

19살에 허리가 다쳐 장애가 생긴 이도연은 사회에 등을 돌렸다. 그를 사람들의 품으로 이끈 것은 스포츠였다. 30대 중반 탁구를 시작한 이도연은 불혹을 넘긴 나이네 육상에 도전했다. 핸드사이클에 집중한 그는 2014년 인천 장애인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2개를 목에 걸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은메달을 땄다.

패럴림픽에 참가하기 위해 노르딕스키를 시작했고 이번 대회에서 전종목 완주에 성공했다. 세 딸의 어머니이기도 한 이도연은 자신의 열정으로 딸들은 물론 보는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국내 1호 크로스컨트리 1호 국가 대표인 서보라미(32)는 세 번째 패럴림픽에 출전했다. 한국 무용에 소질이 있었던 그는 장래 무용수를 꿈구던 소녀였다. 그러나 계단에서 굴러떨어지는 사고로 장애인이 됐다. 한때는 극단적인 생각도 했지만 가족의 보살핌으로 다시 일어섰다.

▲ 2018년 평창 패럴림픽 개회식에서 성화 봉송자로 참여한 서보라미 ⓒ GettyIimages

2010년 밴쿠버 동계 패럴림픽과 2014년 소치 대회에 출전했고 이번 평창 패럴림픽 개회식에서는 성화 봉송자로 참여했다. 서보라미의 이번 대회 목표는 10위권 진입이었다. 비록 목표는 이루지 못했지만 전 종목에서 완주했고 크로스컨트리 12km에서는 역대 개인 패럴림픽 최고 성적인 12위를 차지했다.

평창 패럴림픽에서 가장 많은 금메달을 딴 이는 시각 장애 알파인스키 여제 헨리에타 파르카소바(슬로바키아)와 입식 알파인스키 마리 보셰(프랑스)다. 파르카소바는 이번 대회에서 최대 5관왕에 도전했다. 금메달 4개를 휩쓸며 4관왕에 오른 그는 18일 정선 알파인스키장에서 열린 회전 부문에서 은메달을 땄다. 5관왕 달성은 실패했지만 무려 4개의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태어날 때부터 앞이 보이지 않았던 파르카소바는 자신의 눈이 되어준 나탈리 수브르토바(슬로바키아)의 도움으로 경기를 펼쳤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화합이 이루어지는 장면이었다.

▲ 2018년 평창 패럴림픽에서 4관왕에 등극한 알파인스키 입식 마리 보셰 ⓒ GettyIimages

어릴 때부터 왼쪽 팔이 짧았던 보셰는 스키 폴 하나만 들고 금메달 4개를 휩쓸었다. 그는 폐회식에서 이번 대회에서 수고한 자원봉사자들에게 꽃다발을 선사했다.

이렇듯 패럴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은 아픈 과거를 딛고 새로운 희망에 도전할 수 있다는 교훈을 알렸다. 또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힘을 합쳐 목표를 성취하는 장면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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