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태용 감독은 전북의 수비 라인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대한축구협회
[스포티비뉴스=전주월드컵경기장, 정형근 기자] 국가대표 수비수 5명이 포함된 전북 현대의 수비진이 흔들리고 있다. 현장의 지도자들은 전북의 수비를 어떻게 바라볼까. 

전북은 이번 시즌 7경기에서 13골을 내줬다. 키치SC, 울산 현대를 상대로 무실점 경기를 했고 나머지 5경기에선 모두 실점했다. 가시와 레이솔에 2골, 톈진과 1차전에서 3골, 인천 유나이티드에 3골, 톈진과 '리턴매치'서 4골을 내줬다. 18일 FC서울과 경기에서는 90분 동안 무실점 경기를 펼쳤지만 추가 시간 김성준에게 프리킥 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A대표팀 수비진 8명 가운데 5명이 전북 소속이다. 홍정호와 김민재, 김진수, 최철순, 이용은 신태용호에 승선했다. 장현수(FC 도쿄)와 윤영선(상주 상무), 김민우(상주 상무) 등 3명만 전북 소속이 아니다. 

3월 A매치에서 수비 조직력 향상을 첫 번째 과제로 삼은 신태용 감독은 머릿속이 복잡하다. ‘손발이 맞는 선수’들이 연이어 실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의 수비를 책임질 전북 수비진에 대한 현장의 평가를 살펴봤다. 
▲ 대표 팀에서도 짝을 이룰까. 김민재(오른쪽)와 홍정호 센터백 조합.

◆A대표팀 신태용 감독 “현실적으로 대안 없다. 신체 조건은 고민” 

“어떻게 하면 실점을 줄일 수 있을까 매일 고민하는데 현실적으로 답이 잘 안 나온다. 수비 라인이 계속 바뀌는 것보다는 손발이 맞는 선수들이 뛰는 게 중요하다.”

신태용 A대표팀 감독은 수비진의 ‘호흡’을 중요한 가치로 꼽았다. 전북 선수들이 꾸준히 손발을 맞춰 조직력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고 판단했다. 최선의 선택지가 부족하다고 생각한 신 감독은 ‘차선책’을 택했다. 전북 수비진을 앞세워 위험 부담을 줄이려 한 것이다.    

다만 “수비가 가장 큰 문제”라고 밝힌 신 감독의 고민은 여전하다. 바로 신체조건이다. 신 감독은 “독일과 스웨덴은 신체 조건이 우리보다 월등하다. 힘으로 밀고 들어왔을 때 우리 수비 라인이 견딜 수 있을지 고민이다. 풀백 라인이 몸싸움에서 버티는 게 중요하다. 한국 축구에서 양쪽 풀백이 180cm가 넘는 수비진이 왜 없을까 하는 고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표팀에 승선한 전북 수비수 5명 가운데 최철순(175cm) 김진수(177cm) 이용(180cm)은 신체조건에서 유럽 선수들에게 뒤처진다. 중앙을 지켜야 하는 홍정호(186cm)와 김민재(188cm)만 185cm가 넘는다. 유럽 선수에게 쉽게 밀리지 않는 풀백을 찾는 일은 마지막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 최강희 감독은 전북 수비 불안의 원인으로 체력 저하와 골키퍼 문제를 꼽았다. ⓒ연합뉴스

◆전북 최강희 감독 “체력 저하, 골키퍼 불안이 문제”

전북 최강희 감독은 수비 불안의 원인 중 하나로 ‘체력 저하’를 꼽았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와 K리그1을 병행하면서 “체력이 많이 떨어졌다”고 밝혔다. 최 감독은 “중국이나 일본 원정을 가면 하루가 다 걸린다. 로테이션이 잘 안 되고 있다. 한두 명이 바뀌면 경기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FC서울전의 프리킥 실점도 체력 저하의 연장 선상으로 봤다. 그는 “위험지역에서 반칙을 하면 안 된다. 체력이 떨어지다 보니 파울을 주지 말아야 할 상황에서 내줬다. 포백 수비는 전체적으로 안정적이었다”는 생각을 나타냈다. 

주전 골키퍼가 없다는 점도 수비 불안으로 이어졌다. 최 감독은 “골키퍼가 흔들리면 수비도 같이 흔들린다. 선방하면 수비도 같이 잘한다. 골키퍼는 로테이션을 돌리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 감독은 수비진 강화를 위해선 홍정호가 몸 상태를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에 ACL 경기를 하러 어떤 중국 사람이 지난해 장쑤에서 뛴 홍정호가 맞느냐고 물었다. 어떻게 짧은 시간 동안에 좋아졌냐는 의미였다. 홍정호는 제주에서 십자인대를 다치기 전의 몸 상태가 제일 좋았다. 이제 환경이 만들어졌으니 그때로 돌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 FC서울 황선홍 감독은 전북 수비진의 공격적인 움직임이 실점으로 연결된다고 말했다.
◆FC서울 황선홍 감독 “수비진의 공격 빈도가 높다”

FC서울 황선홍 감독은 전북 수비진의 ‘공격적 움직임’을 이유로 꼽았다. 그는 “경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전북 수비진은 기본적으로 공격에 참여하는 빈도가 높다. 라인도 많이 끌어올리다 보니 실점을 하는 경우가 생긴다”는 생각을 밝혔다. 

전북은 최전방부터 강하게 전방 압박을 펼친다. 경기 주도권을 쥐면서 양쪽 측면을 최대한 활용한다. 특히 홈에서는 ‘전북의 철학’이 분명하다. 실점해도 홈 팬들에게 화끈한 경기를 보여주고자 한다. 

수비진의 공격 빈도가 높으면 후방에 빈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상대는 ‘닥공’을 펼치는 전북의 뒤 공간을 노려 다득점을 뽑아냈다.   

축구계에는 “수비가 강한 팀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교훈이 있다. 이 교훈은 이제 A대표팀과 전북 모두에 통용되는 말이 됐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